충주시민의 숲에 뜬 경찰·소방… ‘길고양이 구조’와 행정력 분산의 딜레마

지난 27일 오후 10시경, 충주시민의 숲 주차장에 경광등을 켠 경찰차와 119 소방차가 잇따라 진입했다.

늦은 밤 도심 공원에 출동한 두 기관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대형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2명과 소방대원 3명은 곧바로 주차된 한 화물차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손전등을 비추며 화물차 밑바닥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감돌던 현장에서 이들이 찾던 ‘대상’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길고양이 한 마리였다.

화물차 밑에 고양이가 들어가 나오지 못한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하기 위해 경찰관과 소방대원 총 5명, 그리고 차량 2대가 동시에 동원된 이 날의 풍경은 공공 행정력의 우선순위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가뜩이나 현장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경찰과 소방이 정작 사람이 죽고 사는 긴급한 현장이 아닌, 단순 동물 구조에 이토록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매뉴얼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비효율시민들의 눈에는 명백한 인력 낭비로 보이지만, 현행 시스템상 이들은 무리를 지어 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기본 출동 단위(팀)의 원칙:** 소방과 경찰은 현장 안전 확보와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움직인다.

소방차 한 대에는 운전, 장비 조작, 구조 등 각자의 역할이 규정된 대원들이 한 팀으로 묶여 있어, 신고 내용이 가볍다고 해서 대원 1명만 따로 떨어져 출동할 수 없다.

신고 접수 시스템의 한계

접수 당시에는 현장의 정확한 위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차량 파손이나 2차 교통사고 위험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어 현장 통제를 위한 경찰과 구조를 위한 소방이 동시에 지령을 받고 출동하게 된다.

‘고양이 100마리’보다 중요한 ‘사람 1명’의 목숨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 관련 구조 신고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올바른 사회적 방향이지만, 그것이 공공 안전의 대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냉정하게 말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동물 백 마리의 목숨보다 사람 한 명의 목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중요하다.

문제는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가 묶여 있는 바로 그 시각, 인근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거나 강력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치안과 구조 역량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하느라 정작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을 구하러 갈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사회 전체로 돌아오게 된다.

출동 기준 현실화와 시민 의식의 조화 필요한정된 국가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출동 매뉴얼의 과감한 개선이 시급하다.

단순 동물 구조나 비긴급 생활 불편 사항의 경우, 무조건적인 소방·경찰 출동을 제한하고 지자체의 유기동물 보호센터나 전담 민간 기동반으로 업무를 확실히 이관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더불어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내가 무심코 누른 112와 119가 위급한 이웃의 생명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한 불편 사항이나 비긴급 상황에서는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110)나 다산콜센터(120) 등을 먼저 활용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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